최악의 알베르게를 떠나며
밤새 벌레들이 바닥을 갉아먹는 소리를 들으며 잤다. 정말이지 최악의 알베르게였다. 아침식사로 나온 빵과 커피 또한 별로였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 하고 그냥 넘기고 다시 산티아고로 가는 발걸음을 시작했다.
아침 7시 30분쯤 출발했는데 안개가 낀 모습이다. 애드는 조금 늦게 출발한다고 해서 칼리와 스테파니아와 같이 다음 마을로 향했다. 우리는 아침에 안개가 낀다면 그날의 날씨는 좋을 것이다라는 말을 하면서 출발했지만.. 그 말을 하고 10분이나 지났을까? 바로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역시 11월의 날씨였다. 마땅히 비를 피할 곳이 없었던 우리는 옥수수밭으로 피신해 잠시나마 비를 덜 맞을 수 있었다. 만약 지나가는 누군가가 셋이서 빽빽한 옥수수나무(?) 아래서 비를 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분명 웃으며 지나갔을 것이다. 지나고 와서 생각해 보니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힘들지만 좋은 길
그렇게 비를 맞고 조금 걷다 보니 거짓말처럼 날씨가 맑아졌다. 거기다가 도로 옆을 걷는 것이 아닌 숲길이었다.

비록 오르막길도 많았지만 맑은 공기를 마시며 즐겁게 걸었다. 칼리와 함께 오르막길을 오르며 욕도 하고, 다 올라왔을 때 서로 응원해 주면서 걸었다.
칼리는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힘든 모습이다. 하지만 항상 웃고 있다. 아주 강인한 벨기에 여자다. 멋지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왕 화살표도 있다. 나도 잠시 멈춰 서서 화살표 위에 돌을 살포시 올려놓고 왔다. 그 누구도 길을 잃지 않길 바라면서 말이다.
힘내라 칼리! 거의 다 왔어!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겠지만 벌목시즌이라 나무가 베어져 있었다. 기름을 짜는 나무라고 했는데 하여튼 그 나무가 주었던 냄새는 지친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었다. 이 날 초반에 걸었던 길은 걷기에 참 좋은 길이었다.
거의 매일 무지개를 보는 것 같다. 이쁘다. 그리고 비가 왔다는 뜻이다. 그리고 매일 봐도 전혀 지겹지가 않다. 늘 새롭고 아름답다.

Tomar 도착
토마르에 도착했다. 다행히 비는 많이 오지 않았다. 토마르로 들어가는 길은 도로 옆을 걷는 상황이 많이 있다. 차를 조심하면서 걷자.
토마르도 이쁜 동네다. 근처에 조그마한 성도 있고, 역사가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조금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빨래도 하느라 동네 구경을 하지 못했다. 애드와 칼리는 다음 날 아침에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출발한다고 했다. 난 다음 날 일정에 맞추기 위해 많이 걸어야 하는 날이어서 동네를 구경하지 않고 그냥 떠났다.
여자 둘을 기다리는 동안 애드와 와인 두 잔씩 먹었다. 애드가 빨래비용을 냈기 때문에 와인은 내가 샀다.
토마르에 살고 있는 칼리의 친구가 레스토랑을 추천해 주었는데 하필 그날이 휴무라서 근처에 좋아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맛있고 재미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우리는 토마르에서 함께 저녁식사와 술을 마셨고, 잠깐동안의 이별을 했다.
Tomar 숙소
Hostel 2300 Thomar. 친절한 주인이 반겨주는 호스텔이다. 애드와 함께 2인 1실을 썼다. 가격은 €64. 즉 개인당 €32이다. 조식이 포함이 되어있는 가격이다. 개인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고, 깔끔하고, 침대도 푹신하고, 이불도 있다. 프라이빗 테라스도 있다. 전반적으로 건물에 있는 시설 전체가 깨끗하다. 중심부에 있기 때문에 주변에 먹을 곳이 많다. 근처에 관광할 곳도 많아서 좋다. 세탁과 건조는 합쳐서 7.5유로. 주방이 있어 요리도 가능하다. 공용공간도 넓어 쉬기도 좋다. 위치는 까미노와 가까이 있으며, 와이파이도 잘 터진다.
가성비: ●●●●○
친절함: ●●●●○
청결도: ●●●●●
위치: ●●●●●
와이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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