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마는 다음 기회에
원래의 계획은 파티마를 지나가는 루트였다. 하지만 Golega에서 말 축제가 있었기 때문에 파티마와 주변 숙소들이 전부 다 찼다. 우리 넷은 파티마로 가는 길을 다음 기회에 가기로 하고 토마르로 가는 포르투갈 길을 선택했다.
산타렝을 빠져나가는 길은 조금 헷갈린다. 나름 큰 동네라서 화살표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골목 사이사이를 지나가는 길이 있어서 앱을 켜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길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산타렝에서 두 번이나 헤맸다.
사실 이런 멋진 경치를 보고 멍 때리면서 걷다가 놓친 것 같다. 맑은 아침 공기를 마시며 즐기면서 걷다 보니 화살표를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던 것이다.

다음 마을로 향하는 출구다. 하루하루가 모험하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어릴 적으로 돌아간 기분이랄까. 아침에는 항상 설레는 마음으로 걸었다.
정말 이쁘다. 그냥 이쁘다. 비를 맞아도, 길이 진흙길이어도 괜찮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 하나로 다 힐링된다. 까미노에 다시 오길 정말 잘했다.
여기서 어플에는 직진으로 나와있지만, 직진하지 말자. 직진하면 미끄러운 내리막길이 나오기 때문에 경사가 조금 있지만 왼쪽길로 가면 더 가깝게 산을 벗어날 수 있다.
맑았다가 비 왔다가
길은 비록 진흙길이었지만, 좋은 날씨와 맑은 공기는 걷는 길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Golega로 향하는 동안 날씨는 맑았다. 기분 좋게 걸었다.
도중에 카페가 있어 잠시 쉬어가기로 결정했다. 친구들과 연락을 해서 이곳에서 맥주와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나는 걸음이 빠른 편이었기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칼리와 애드가 도착해서 같이 간단한 식사를 했다.
짧은 휴식을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다시 걸음을 시작했다. 하지만 가는 도중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맞고 걸을 비가 아니라 비를 피할 곳을 찾고 있었는데 때마침 아주 멋진 곳을 발견했다.
이 작은 집시 마차 같은 곳에서 칼리와 잠시 쉬기로 했다. 운도 좋다. 비록 좁고 더러운 장소였지만 비를 피하기에는 최고의 장소다.

재미있는 경험을 기억하기 위해서 마차(?) 안에서 사진 몇 장 찍었다. 별의별 경험을 다 한다. 너무 재미있었다.
다시 맑은 날씨가 나타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조금 서둘러서 걸어야 했는데 왜냐하면 원래 예상보다 더 걸었어야 했기 때문이다.
고양이랑 놀고 있는 칼리.
우리는 Golega에 도착했다. 약간은 큰 마을이었고 말 축제가 한창이었다. 원래는 이 마을에서 묵을 생각이었지만 축제 때문에 숙소는 꽉 차있었고, Golega 다음 마을인 Sao Caetano까지 가야 했다. 하지만 축제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않은가. 잠시 쉬다 가기로 결정했다.
애드와 칼리는 잠시 쉬었다 갈 생각에 벌써부터 신나 보인다.
말 축제답게 말과 말의 똥으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엄청 많았으며 이 지역 고유의 술도 한잔 마셨다. 사람 냄새 가득한 곳이었고 마을은 활기를 띠었다. 이 마을에서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다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마지막 가는 길은 석양과 함께 걸었다. 우리는 지칠 대로 지쳐있었고, 빨리 다음 숙소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애드와 칼리가 사이좋게 가고 있다.
가다가 무지개를 보고 감탄하면서 계속 걸었다. 무지개가 나타났다는 것은 비가 왔다는 뜻이다. 그렇다. 마지막에 역시 비를 맞으면서 걸었다.

그래도 무지개는 지친 발걸음에 힘을 더해준다. 정말 이쁘다. 평생 볼 무지개를 까미노에서 다 보고 가는 것 같다.
Sao Caetano 숙소(최악 중의 최악!!)
가격은 €40. 저녁식사와 조식이 포함된 가격이다. 세상에.. 이런 알베르게는 처음이었다. 먼저 도착해 있던 스테파니아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한 번 숙소를 구경하라고 했다. 너무 별로였다. 화장실은 좁고 더럽다. 방은 2인 1실이고 개인침대이지만 역시나 더러웠다. 설령 방값이 5유로라도 여기에서는 다시 묵지 않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벌레와 함께 잠을 자기를 좋아한다면 이 숙소에 머물면 된다. 온갖 바퀴벌레와 귀뚜라미, 정체를 알 수 없는 벌레들이 침대밑에서 기어 다닌다.
주방은 없다. 저녁식사는 직접 만든 수프와 파스타가 나온다. 저녁식사는 8시이고 이 알베르게에 살고 있는 가족들과 함께 먹어야 한다. 맛은 별로다. 가족은 총 네 명이고 엄마, 아빠, 아들, 딸이 있다. 같이 있는 동안 조금은 불편했다. 얘기하다가 자기들끼리 갑자기 포르투갈어로 얘기한다. 나만 그런 줄 알았지만 다들 그렇게 느꼈다고 했다. 게다가 아침식사에 나올 커피를 저녁에 만드는 모습을 보았다. 이게 뭔지... 그러면서 본인이 먹을 커피는 아침에 만들어 먹는다. 할 거면 몰래 하던가... 참으로 별로였던 알베르게였다. 유일한 장점은 까미노 바로 옆에 있는 위치다. 이 알베르게 덕분에 우리 넷은 다음 날 열심히 이 알베르게를 욕하면서 재미있게 걸었다 ㅎㅎ

가성비: ●○○○○
친절함: ●○○○○
청결도: ○○○○○
위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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