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 않은 길
개인적으로 리스본부터 포르투까지의 길은 추천하지 않는 편이다. 왜냐하면 경치가 좋은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도로 옆을 걷는 일도 잦다. 왜 사람들이 포르투부터 걷는지 산티아고에 도착하고 나서 알았다. 자연과 맑은 공기가 아니라 자동차와 트럭, 매연이 가득했다.

화살표를 잘 찾아서 걷자!
여전히 가는 길에는 노란색 화살표와 파란색 화살표가 보인다. 노란색은 산티아고로 가는 길. 파란색은 파티마로 가는 길이다. 파티마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었다. 다행히도 오늘 도착했던 알베르게에 주인장이 파티마에 대한 정보를 주어서 뒤에 사진을 올려놓았다.
이럴 수가. 갈길이 먼데 저 멀리 비가 오는 것이 보인다. 서둘러서 걸었다.
리스본부터 시작하는 포르투갈 길은 화살표가 잘 보이지 않는다. 어플을 이용해서 수시로 루트를 체크하거나 이렇게 가다가 표지판이 있으면 서두르지 말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날이 개는 것 같다가도
옆을 보면 먹구름이 있다. 새도 멋있게 날아다녀서 잠깐동안은 힘든 생각 없이 걸을 수 있었다.
결국 아잠부자에 도착할 때쯤에 비가 많이 내렸고 나는 잠시 비를 피하기 위해 이곳에서 잠깐 쉬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결국 물집이 터져버렸기 때문이다.
터져버린 물집
발가락에 물집이 4개인가 5개 정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프랑스 길을 걸었을 때 하나도 생기지 않던 물집을 포르투갈 길에서 만났다. 오히려 평평한 길에서 물집이 많이 박혔다. 아잠부자에 중심부에 도착할 때쯤 기분이 싸했다. 물집이 터질 듯 말 듯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약국이 보여서 사진을 찍었던 나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정말 운이 좋게도 물집이 터진 장소 바로 앞에 약국이 있었다. 죽으라는 법은 없다. 참 신기하다.
약국에 들어가 콤피드밴드를 구매하고 날씨도 맑아져 벤치에 앉아 물집 관리에 들어갔다. 콤피드밴드 처음 써봤는데 효과가 정말 좋았다. 단 가격이 비싸다. 이곳에서 발가락에 열심히 밴드를 붙이고 있는 나에게 한 여자가 다가왔다. 딱 봐도 순례자다. 이름은 칼리. 벨기에에서 온 23살 여자다. 우리는 이 날 처음 대화를 나눴고, 급속도로 친해져서 그 후 며칠 동안 같이 다니게 되었다.
밴드를 붙였더니 걷기가 한결 수월했다. 진작에 붙이고 걸을걸 그랬다.
발라다까지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긴 평길이 계속되어 저금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주변 경치도 아름다운 경치는 아니었다. 이제 발라다에 거의 다 와간다.
Valada에 도착 그리고 새로운 친구들
발라다에 도착했다. 조금 늦게 도착했고, 물집에 밴드 붙였다고 신나게 걷던 나머지 다른 발가락에 다시 물집이 잡혔다. 앞으로 무리하지 말아야겠다.
발라다에서 묵었던 Dois Caminhos Hostel이다. 예약을 하고 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침대를 내주었다. 도착하니 네덜란드인 스테파니아가 먼저 알베르게에 있었다. 그녀도 같이 리스본에서 출발했으며, 도중에 몸이 좋지 않아 도중에 택시를 타고 이곳에 도착했다고 했다. 이것이 스테파니아와의 첫 번째 만남이었으며, 까미노 이후에 네덜란드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차를 한 잔 하고 있는데 아까 만났던 칼리가 같은 숙소로 들어왔다. 물론 절뚝거리는 발과 함께 말이다^^ 우리는 모두 같은 고통을 겪고 있었다.

칼리가 샤워를 하고 나오고 같이 차를 마시고 있는데... 이번에는 영국남자 에드가 절뚝거리는 발과 함께 들어왔다. ㅎㅎㅎ 이것이 우리 넷의 첫 만남이었으며, 우리는 그 후 같이 울고 웃고 떠들며 같이 걸었다. 나는 지금도 이 날을 기억하고 있으며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파티마에 대한 정보
원래 계획은 파티마에 들른 다음 산티아고로 가는 루트를 생각했다. 하지만 이때 축제가 있다고 들었고, 파티마로 가는 길에 있는 알베르게나 숙소를 알아보니 예약이 다 차 있었다. 다들 나와 같이 파티마를 거쳐 산티아고로 가려던 생각이었다. 파티마 근처의 알베르게에 전화도 해보고 부킹닷컴에서도 찾아봤지만 숙소 구하기가 어려웠고, 숙소에 있던 우리 넷은 토마르 쪽으로 향하기로 결정했다. 밑에 알베르게에 있던 파티마로 가는 사진 몇 장을 올려놓도록 하겠다. 혹시나 가실 분들은 참고해서 가셨으면 좋겠다.
Valada 숙소(강력추천!!)
Dois Caminhos Hostel. €20. 조식이 포함된 가격이다. 커피와 빵과 잼이 나온다. 정말 강력하게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다. 일단 주인 할아버지께서 정말 친절하시다. 힘든 하루의 걸음을 마치고 수고했다고 웃으면서 차와 사탕을 건네주셨다. 예약을 하지 않고 무작정 갔음에도 불구하고 반갑게 맞이해 주는 모습이 정말 감사했다. 나중에 얘기를 나눠보니 자기 아들도 열심히 까미노를 걷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도미토리는 3개의 방으로 나눠져 있으며, 그중 한 곳은 벙크배드가 아닌 그냥 싱글배드이다. 만약 이곳에 첫 번째나 두 번째로 도착한다면 이 침대를 쓸 수 있다. 침대도 푹신하다. 방은 널찍하니 쓰기 편했고, 깨끗하게 잘 관리가 되어 있었다. 난방도 따뜻하게 잘 틀어준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넓고 깨끗했다. 뜨거운 물도 잘 나온다. 각종 샤워용품도 다 구비되어 있고, 드라이기도 있었다. 심지어 샤워볼도 있다. 세탁기는 €2라고 되어있으나 순례자가 적어서 그랬는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 저녁은 €8라고 적혀있었지만 내가 갔을 때는 제공되지 않았다. 주방이 있고, 가스레인지가 있어서 요리가 가능하다. 식기와 전자레인지도 있다. 주방에 있는 차를 무료로 마실 수 있고, 냉장고도 있다. 하지만 주방 자체는 좁다. 요리를 해 먹기 귀찮으면 근처에 식당 두 곳이 있어 나가서 먹을 수 있다. 위치는 까미노 바로 옆에 있어 좋다. 와이파이도 잘 터진다. 1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작은 알베르게지만 포르투갈 길 중 최고의 알베르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적극 추천한다.
가성비: ●●●●●
친절함: ●●●●●
청결도: ●●●●●
위치: ●●●●●
와이파이: ●●●●●
오랜만에 사람들과 같이 식사를 했다. 와인을 마시며 서로 인사를 다시 나눴다. 하지만 저녁은 역시나 포크 앤 칩스로 마무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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