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리고 계속 비
이 날은 아침부터 도착할 때까지 계속 비가 왔다. 우기라는 말이 실감이 나는 날이었다. 우비를 쓰고 걷는 일은 썩 즐겁지만은 않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걸어야지.
컴컴한 구름이 아침부터 있었다. 쉽지 않은 날이 될 것 같다. 하지만 구름을 끼고 있는 산의 모습은 아름답기만 하다.
시작하는 길은 차도가 별로 없어서 좋았다. 자연과 함께 하는 길은 비가 와도 좋다. 단 너무 많은 비는 사양한다 ㅎㅎ
까미노를 걷다가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친구다. 이름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종교적인 이유로 또 다른 누군가는 다른 이유로 이곳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 잠시 멈춘다. 다들 제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비가 오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가 많이 왔던 날이었다. 우비를 벗을 틈이 없었다. 오르막길도 많고 날씨도 춥지 않아 우비를 입으면 덥고 땀이 많이 났다. 어느 까미노든 역시 쉽지 않다.
확실히 11월에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사람이 많지 않다. 거의 혼자서 계속 걸었다. 성수기에 사람이 많았던 프랑스길과는 확연히 대비가 된다. 프랑스 길에서 제일 많이 했던 말은 부엔까미노였지만, 포르투갈길에서 제일 많이 했던 말은 혼잣말이다.

오늘은 산을 많이 탔던 날이었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초록색이 가득한 풍경을 봤으리라 생각이 든다. 나는 그쪽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그리고 노란색 화살표는 내가 길을 잃지 않도록 항상 곁에 있어주었다. 든든한 친구다.
어느 이름 모를 마을에서 잠시 멈췄다. 비가 많이 왔기 때문이다. 도저히 맞고 갈 수 있는 비가 아니어서 지붕이 있는 어느 창고에서 가방을 풀고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주변에 바나 카페가 없었고 있다 해도 문을 닫은 상태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쉬었다. 내리는 비를 보면서 미니 머핀으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했다. 먹기가 귀찮아서 안 먹었는데 걷기 위해서는 뭐라도 좀 먹어야 했다. 순례길은 다이어트하기 좋은 곳이다.

나의 길잡이 노란색 화살표!
오늘은 이런 비석(?) 같은 것을 많이 보았던 날이다. 유난히 오늘 걸었던 구간에서 많이 보였다.
조용한 숲길도 걷고, 돌길도 걷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걸어갔다. 세상이 조용하다.
드디어 나온 휴식처
드디어 앉아서 쉴 수 있는 마을이 나왔다. 오늘 이곳에서 묵으려고 했으나 코임브라로 가는 길이 너무 길지 않기 위해서 Rabacal까지 가기로 결정했다. 몸이 으슬으슬하고 쉬어갈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근처에 연 바에 가서 맥주를 시켰다. 몸이 추운데 맥주를 시킨 나도 제정신은 아닌듯하다. 하지만 등산 후에 맥주는 정말 맛있다.
젖은 옷을 말리면서 맥주 한잔의 여유를 가졌다.
낮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동네 사람들이 나와서 여유롭게 맥주 한잔을 하면서 수다를 떨고 있다. 포르투갈도 이런 여유로운 삶을 즐기고 있었다. 부럽다. 부러움을 뒤로하고 비가 그칠 때까지 잠깐 쉬었다가 다시 출발했다.
여전히 흐리다. 그리고 비도 많이 온다.
나는 이런 길이 너무 좋다.
저 멀리 오늘의 목적지인 Rabacal이 보이기 시작했다. 얼른 가서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싶었다. 비 맞으면서 걷는 길은 여전히 쉽지 않다.
Rabacal 숙소
https://maps.app.goo.gl/UaSJt7MHKbN1Pa1T9
Albergue O Bonito · Rabaçal, 포르투갈
★★★★★ · 호스텔
www.google.com
Albergue o bonito. €13.5. 조식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가격이다. 비성수기라 혼자서 알베르게를 썼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넓은 것이 장점이다. 청결했지만 베드버그 한 마리를 발견했다. 게다가 모기 한 마리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화장실이 넓어서 인상 깊었다. 하나가 아니라 또 다른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있어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할 것 같다. 주방은 있지만 식기는 없다.(이게 제일 의문이다) 주변에 작은 슈퍼마켓이 있다. 또한 숙소와 가까운 곳에 식사를 할 수 있는 음식점이 있다.
메뉴 델 디아는 얼마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비싸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첫 번째 음식은 수프와 빵이 나오고 두 번째 음식은 치킨과 칩스가 나온다. 물론 와인이 포함되어 있다.
위치는 까미노 바로 옆에 있어 좋은 편이다. 와이파이도 끊기지 않고 잘 된다. 베드버그가 없었다면 가성비 대비 완벽한 숙소다. 그래도 물리지 않고 잘 잤다. 그리고 코임브라로 가는 길을 준비하기 위해 일찍 잠이 들었다. 다시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조금은 설렜다.
가성비: ●●●●○
청결도: ●●●●○
친절함: ●●●●○
위치: ●●●●●
와이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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