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좋은 날씨와 좋은 길
날씨가 화창하다. 그리고 산티아고에 가까워질수록 길도 좋았다. 어제 만나서 저녁을 같이 먹던 순례자들도 도중에 보여서 서로 안부를 물어보면서 얘기도 하면서 걸었다. 그리고 다들 날씨가 좋아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사진 찍기에 바빴다. 보통 11월의 스페인은 우기여서 비가 많이 온다고 했는데, 지금 걷고 있는 우리들은 운이 좋았다. 산티아고에 도착할 때까지 맑은 날씨가 계속되었다.
길이 좋다. 그리고 조금만 걷다 보면 친구들도 보인다. 조금은 북적해진 순례길도 좋다.
지나가다 버려진 성당 같은 곳이 보인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이쁘게 찍힌다. 이게 다 좋은 날씨 덕분인가?
이날은 초록초록한 녀석들이 많이 보였다. 따뜻해진 날씨에 잠깐 얼굴을 비추러 나왔나 보다.
왜 찍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이곳은 녹음이 우거졌던 곳이었고, 나랑 미국인 데이브, 이탈리아인 필리퐁이 여기서 동영상을 찍으며 자연을 느끼고 있었다. 데이브와 필리퐁도 프랑스길을 예전에 다녀왔고, 까미노의 즐거움을 잊지 못해 다시 포르투갈 길로 왔다.
숲을 지나 나오니 넓은 평원 같은 곳도 보였다.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저 뒤에 걸어오고 있는 청년이 이탈리아인 필리퐁이다. 굉장히 유쾌한 친구이며 팔레르모에서 왔다고 했다. 분위기메이커라고 봐도 무방하다. 친절하고 재미있는 친구다. 이 친구와는 한국에 돌아온 지금까지도 연락을 가끔 하고 있다.
내가 엊그제 묵었던 폰테베드라에서 스테파니아와 애드삼촌이 만났다. 우리는 서로 일정은 다르지만 만약 시간이 맞는다면 이렇게 만나곤 했다. 칼리를 못 봤던 것이 조금은 아쉽다. 포르투갈 길 초반에 만났던 우리는 끈끈한 우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언어는 감정을 전달하는 좋은 수단이다. 번역기는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영어공부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조금만 더 걷자
원래 계획은 Padron까지만 걸을 생각이었다. 부엔까미노 어플 상 파드론까지 19km만 가면 되는 날이었지만, 그렇게 된다면 내일 산티아고까지 더 걸어야 했기 때문에, 오늘 조금 더 걷고 다음 날 조금 덜 걷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파드론을 지나 Vilar라는 곳까지 가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산티아고까지 20km 정도만 걸으면 된다. 24km 정도는 까미노 막바지에 그냥 귀여운 거리가 된다. 까미노에 적응 완료했다.
파드론에 도착하게 되면 동상과 나무들이 반겨준다. 사진으로는 이 분위기를 다 담아낼 수 없지만 진짜 멋있었다. 나무들이 생각보다 컸고, 마치 폰테 데 리마에서 본 나무들과 비슷한 인상을 준다.
다들 이곳이 마음에 들었는지 사진을 찍고 지나가는 순례자가 많았다. 나도 파드론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하기로 했다.
https://maps.app.goo.gl/ND7gugneVpK2Ggy69
Cafetería H2O · Rúa Castelao, 15, 15900 Padrón, A Coruña, 스페인
★★★★☆ · 술집
www.google.com
나무 있는 곳을 따라 걷다 보면 오른편에 Cafeteria H2O라는 술집이 보인다. 이곳에서 순례자 메뉴를 먹었다. 주인 분들도 친절했고, 가격과 맛도 괜찮았다. 자세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12~14유로 정도 했던 것 같다.
전채요리로 우리나라 시래깃국과 비슷한 수프가 나온다.
메인요리는 미트볼을 선택했다. 지친 순례길의 맛있는 점심식사는 다시 걸을 힘을 준다.
밥을 먹고 나와 다시 이쁜 길을 걸어보며 사진 몇 장을 찍은 후 오늘의 목적지인 Vilar로 향했다.
Vilar로 가는 길은 차가 조금 많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 까미노 표지석은 Vilar에서 묵었던 알베르게 앞에 있던 친구인데, 20km를 표시하고 있었다. 어쨌든 무사히 도착을 했고, 샤워를 하고 나와보니 어제 만났던 네덜란드인 디디가 알베르게에 도착해 있었다. 디디도 마지막날에 많이 걷기 싫어서 빌라까지 걷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게 좋은 날씨에 수영장 앞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디디가 합석했다. 우리는 저녁을 먹기 전 맥주 2~3잔씩을 먼저 애피타이저(?)로 시작했다. 디디도 술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다.
디디와 식사를 같이 했다.
나중에 도착한 폴란드인 페트릭이다.
우리는 산티아고 입성 전날이라 술을 거하게 마셨다. 레드와인 2병, 화이트와인 1병을 같이 먹었다. 술을 먹으니 다들 신났고, 내일 걱정은 하지 않고 계속 부어라 마셨다. 신기하게도 다음날의 숙취는 없었다. 이게 와인의 힘인가.
뭐가 이리 즐거웠는지 계속 웃고 떠들며 계속 마셨다. 이 날 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누고 친해졌으며, 산티아고에 온 이유부터 시작해서 전날의 소감까지 같이 공유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고, 우리는 한 가지 공통점에 도달했다. 우리 셋이 동일하게 생각한 것은 "까미노에 오길 참 잘했다."였다. 즐겁게 취한 밤이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날을 남겨두고 있었다.
Vilar 숙소
https://maps.app.goo.gl/L3CpuHPrrK8ynpXH7
O Lagar de Jesus · Vilar, 40 - A, 15980 A Escravitude, A Coruña, 스페인
★★★★★ · 로지
www.google.com
O Lagar de Jesus. 21유로. 조식이 포함된 가격이다. 부엔까미노 어플 상 좋은 평점을 받고 있는 알베르게다. 시트가 제공이 되며 벙크배드도 있고 싱글배드도 있다. 일찍 도착한다면 싱글배드를 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몇 개 없어서 일찍 가야 한다. 도미토리 내부도 넓어서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화장실은 두 개 있고,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다. 하지만 샤워실이 좁다. 주방은 없으며 음식을 먹으려면 1층 바에 가서 먹어야 한다.
만약 내가 알베르게를 운영한다면 이런 알베르게를 운영하고 싶다. 알베르게 주인은 친구와 함꼐 알베르게를 운영하고 있고, 요리는 이탈리아사람이 담당하고 있었다. 다들 친절해서 들어가자마자 기분이 좋았다. 넓은 정원도 있고 수영장도 있다. 요리를 할 때는 정원 레몬나무에서 레몬을 따와 요리도 한다. 세탁기와 건조기도 이용 가능하다. 각각 4유로에 이용할 수 있다. 1층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과 바가 있으며 외부에서도 먹을 수 있다. 2층 도미토리 앞에는 공용공간이 있어서 쉬기에도 좋다. 위치는 까미노 바로 옆에 있어서 좋지만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와이파이는 잘 터진다. 조식이 포함된 가격에 이런 시설까지 누릴 수 있어서 좋았다. 추천하는 알베르게이다.
가성비: ★ ★ ★ ★ ★
청결도: ★ ★ ★ ★ ★
친절함: ★ ★ ★ ★ ★
위치: ★ ★ ★ ★ ☆
와이파이: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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