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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길(리스본 + 내륙길)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 길(내륙길) 21일차 A Rua(mos)에서 폰테베드라(Pontevedra)까지

by 까미노중독자 2024.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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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km 깨진 날

 포르투갈 길도 21일째 걷고 있었다. 때로는 혼자 걸으며, 때로는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걷다 보니 100km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개인적으로는 두 자리 수의 km는 빨리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쨌든 이제 산티아고에 거의 다 왔다. 첫날에 잡혔던 물집과 발톱에 든 멍은 이제 괜찮아졌다. 발이 걷는데 적응이 되었나 보다.

  언제 찍었는지 모르는 난로의 사진이다. 아마 따뜻하게 몸을 녹이면서 불멍을 때리고 있었을 것이다. 생각보다 열을 잘 차단해서 가까이 가야 따뜻하다.

 그렇게 쉬었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스페인에 오니 경치가 더욱 아름다워진다. 푸른 나무대신 붉게 물든 나무가 오늘 걷는 길을 환영해 주었다. 걷다 아름다워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비가 내내 오던 저번주와는 달리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었다. 앞에 먼저 출발했던 군인들도 함께 산티아고로 가고 있었다. 군인들이라 그런지 빠르게 잘 걸었다. 그리고 그들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즐겁게 걷고 있었다.

 미세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하늘이다. 한국에서 이런 파란 하늘을 매일 볼 수 있었으면 산 매일 타러 갈 수 있다. 스페인 공기는 정말 좋다!

 뭔가 묶여있는 말이 불쌍하면서도 평화로워 보였다. 걱정 없이 살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이쁜 길

 스페인으로 넘어 온 이후 이쁜 길을 걷게 되었다. 고작 다리 하나 넘었을 뿐인데,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분위기가 다른 것이 느껴진다. 스페인이 훨씬 여유로운 느낌이다.

 폰테베드라로 가는 도중 이쁜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Arcade라는 이름이 붙여진 마을인데, 강을 끼고 있는 모습이 이뻤다.

 강 옆에 벤치가 하나 있었다. 강과 벤치, 그리고 노란색 화살표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그냥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이곳은 다른 친구들도 많은 인증샷을 남긴 곳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포인트는 다 비슷비슷한가 보다.

 폰테 데 리마처럼 크지 않고 조용하고 평온해 보이는 마을이다. 그리고 이 마을을 지나게 되면 기분 좋은 숲길이 기다리고 있다.

 물도 맑다. 공기도 좋다. 잠시 멈춰서 즐기고 있었다.

 물을 봤으니 이제 나무를 볼 차례다. 조용한 숲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이 날의 날씨는 걷기 딱 좋은 날씨였을 것이다. 기온도 20도 정도로 적당했고, 반팔을 입고 걸었다. 맑은 공기 마시며 땀도 조금씩 흘리며 걸었다. 점프를 뛰면 안 되는 구간이라 생각한다. 점프를 뛰기에는 너무 아까운 풍경들이다.

 언덕을 넘어 숲길을 해치고 폰테베드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갈래 길이 나왔다. 왼쪽으로 가는 길은 강 옆을 지나가는 숲길이었고, 오른쪽으로 가는 길은 산업지대와 도로가 있는 곳이다.

왼쪽길로 가자

 폰테베드라로 들어가기 약 3km 전쯤 O Pobo라는 곳에서 길이 나뉜다. 하나는 왼쪽길은 초목이 우거진 길을 강 옆을 따라 걷는 길이고, 오른쪽 길은 폰테베드라 시내로 바로 직진할 수 있는 곳이다. 왼쪽길이 조금 더 길지만, 나는 아름다운 풍경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늘 30km 이상을 걷는 긴 일정이었도 크게 고민하지 않고 왼쪽길을 택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좋았다.

 O Pobo에서 부엔까미노 어플을 열고 위치를 잘 확인해야 한다. 오른쪽 길을 가보지 못했지만 다녀온 사람들의 말로는 굉장히 별로였던 길이라고 한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길이 대체루트이다. 이곳은 정말 걷기 좋다. 물론 비가 오면 물이 넘쳐 갈 수 없지만 비가 오지 않아 걸을 수 있다면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정말 아름다웠다.

 

 어찌나 이뻤는지 동영상을 찍으며 걷기도 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오로지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걷는 그 순간만큼은 걱정이 하나도 없어진다. 동화 속에 나오는 숲 같았다. 그렇게 나는 조금 돌아 폰테베드라로 들어오게 되었다.

 

폰테베드라는 큰 도시였다. 순례자뿐 아니라 다른 많은 관광객들도 이 도시에 머물고 있었다. 그리고 폰테베드라에 도착하기 전 못 만날 줄 알았던 스테파니아에게 연락이 왔다. 스테파니아는 포르투에서 면접을 마친 뒤 다시 까미노를 시작했고, 내륙길로 합류해 오늘 폰테베드라에서 머문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숙소를 잡았고, 스테파니아는 몸이 힘들었는지 욕조가 딸려있는 프라이빗 룸을 잡았고 난 도미토리에 묵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세탁을 마친 다음 스테파니아와 같이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스페인의 저녁식사는 8시부터 가능한지라 근처 바에 가서 쉬다가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스테파니아가 저녁식사를 사주었고, 우리는 다시 만난 기쁨을 함께 나눴다. 처음에 들었던 정이 지금도 남아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 정말 반가웠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저녁식사를 했고,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같이 숙소에 들어왔다. 시작도 좋았고, 길도 좋고, 마무리도 좋았다. 이런 맛에 까미노를 다니나 보다.

 

Pontevedra 숙소

https://maps.app.goo.gl/xxjFgfBS4nQTN6Sz8

 

HOSTEL CHARINO · Rúa Paio Gómez Charino, 19, 36002 Pontevedra, 스페인

★★★★★ · 호텔

www.google.com

 Hostel Charino. 22.5유로. 조식이 포함된 가격이다. 부킹닷컴으로 예약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숙소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부킹닷컴으로 예약을 하면 예약 당일에 Whatsapp으로 개인적으로 연락이 온다. 몇몇 호스텔과 알베르게는 왓츠앱으로 연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니 왓츠앱을 설치하고 까미노를 떠나는 것이 좋다. 도착해서 연락을 하니 5분 안에 주인이 친절하게 체크인을 해주었다. 들어가면 엘리베이터가 있어 계단을 오르내리며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 깔끔한 호스텔이다. 4인용 도미토리 룸을 선택했는데, 비수기라 그런지 혼자 이용하게 되었다. 도미토리 내부는 좁지만 어차피 잠만 잘 거라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깔끔하고 청결해서 마음에 들었다. 샤워실과 화장실은 같이 있는데, 한 사람씩 이용할 수 있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넓다. 따뜻한 물도 잘 나오고, 드라이기도 있었다. 수건도 제공이 된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세탁과 건조가 무료라는 점이었다. 순례길을 걷는 사람에게 빨래는 필수이기 때문에 이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주방도 있다. 요리를 해서 먹을 수 있다. 위치는 까미노와는 조금 떨어져 있다. 하지만 중심지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주변에 식당과 바가 많이 있다. 와이파이도 잘 터진다. 최고의 호스텔 중 하나였다.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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