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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길(리스본 + 내륙길)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 길(내륙길) 19일차 Ponte de Lima에서 Valenca do Minho까지

by 까미노중독자 2024.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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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기에 유명한 Lima

 포르투갈 길 중 내륙길을 걷다 보면 악명(?) 높은 구간이 몇 구간이 있다. 그중 하나가 폰테 데 리마를 벗어나는 구간이다. 우기라 길이 완전히 물에 잠겼다. 그냥 잠긴 정도가 아니라 거의 허벅지까지 잠겼다. 일단 신발은 벗어야 하고 양말을 벗고 슬리퍼를 신은 후 걸어가야 했다. 재미있는 길을 만났다.

 처음에는 옆으로 살살 가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1분 뒤 바로 포기하게 되었다. 물에 젖지 않고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완전히 잠겨버린 길이다. 이런 길을 처음에 만났을 때 멘탈이 살짝 흔들렸지만, 걱정은 없었다. 오히려 즐거웠다. 내가 언제 또 이런 길을 걸어보겠는가.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엔리케도 내 뒤를 따라왔고 똑같은 상황을 겪었다. 허벅지까지 옷이 젖어버린 엔리케이다. 우리는 같이 재미있는 경험을 했고, 뒤따라오는 다른 순례자 혹은 앞서갔던 순례자들도 재미있게 걸었을 것이다. 누구 하나 이런 길에 불평을 가지지 않았다. 신기했다.

 여름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겨울에는 리마를 벗어나는 길은 마음을 비우고 걷기를 추천한다. 마음을 비우면 편해진다. 그리고 즐거워진다. 즐기면 된다. 이 길을 다시 걸으라고 해도 또 걸을 수 있다.

Lima를 벗어나며

 리마를 벗어나니 길은 괜찮아졌다. 날씨도 좋았다. 풍경도 좋고 다 좋았다.

 안개가 낀 자연 속을 걷기도 했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좋았다. 조용하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 비수기 순례길의 장점이다. 

 해가 뜨면서 안개는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안개 뒤에 숨어 있던 아름다운 자연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충 찍어도 아름다운 사진이 찍힌다.

 

 이 날 찍은 사진이 많은걸 보니 이 날은 아름다운 길을 걸었고 기분도 좋았을 것이 분명하다. 힘들고 지쳤던 날에는 사진이 별로 없다.

 산 속을 지나는 중이었다. 강을 따라 걷는 길이었는데 공기도 좋고 물소리도 좋았다.

 양말과 신발이 젖어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도중에 카페나 바가 없어서 일단 열려있다면 들어가야 했다. 부엔까미노 어플에도 얼마동안은 쉬어갈 곳이 없다고 나와있어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출발했다. 햇볕이 좋아 양말과 신발도 금방 말랐다. 대충 말린 후 다시 걷기 시작했다.

등산

포르투갈 길을 시작하고 나서 산다운 산을 거의 타지 못했다. 왜냐하면 포르투갈 길은 평지로 이루어진 길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은 등산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난이도가 있는 산이 있었다. 만약 난도가 있는 코스를 가고 싶다면 이 구간은 점프를 뛰지 않는 게 좋다.

 이런 산행은 언제나 환영이다. 힘이 들땐 잠시 앉아 쉬었다가 가면 된다. 혼자 산속에 있어도 괜찮다. 자연이 친구가 되어준다.

 갈리시아 지방에 다가갈수록 화살표가 더욱 뚜렷해진다. 커다란 화살표가 반갑다. 나는 길을 잃을 확률이 더욱 낮아졌다. 가끔씩 사람들이 하는 걱정 중 하나가 길을 잃으면 어떡하지 이다. 포르투갈 길 초반은 잘 모르겠지만 포르투 이후의 길은 길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곳곳에 산티아고로 갈 수 있는 화살표가 마련되어 있다. 너무 큰 걱정은 하지 말자. 장담하건대 당신이 걱정하고 있던 모든 것은 첫 번째 주에 없어진다. 일단 가기로 마음먹었다면 항공편부터 끊자.

 산 꼭대기에 마치 무엇을 기리는 듯한 것이 세워져 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라 찍어보았다.

 산 꼭대기에 올라왔으니 이제 내려가면 된다. 그리고 내려갈 때도 좋은 자연이 함께 해 주었다.

 숲길을 지나면서 좋은 길을 걸었다. 옆에 강까지 흐르고 있어서 기분은 더 좋았다. 포르투 이후의 길은 계속 좋다. 해안길도 문득 궁금해지면서 내륙길을 즐겼다. 많이 걸었던 하루였지만 길이 좋아서 힘든지 모르고 걸었다. 그렇게 Valenca에 무사히 도착했고 프라이빗 룸을 잡아 스파게티와 와인으로 하루를 저녁식사를 마무리하고 잠이 들었다.

 

Valenca 숙소

숙소에서 찍은 구름
숙소 근처 대형마트

Casa da vo Peregrina. 36.05유로 거의 완벽한 독채이다. 깔끔하고 청결하다. 대형 마트와도 가깝다. 만약 겨울철에 가서 집 안이 춥다면 라디에이터를 켜면 된다. 주방도 있고 식기도 전부 다 구비되어 있다. 세탁은 2.5유로고 건조는 따로 없다. 바로 옆에 빨래를 말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화장실과 샤워실도 넓고 수건도 제공된다. 거실에는 소파도 있고 TV도 있어 휴식하기 좋다. 거의 완벽하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파리와 날벌레가 조금 많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편도 아니고 이를 대비한 전기 파리채도 구비되어 있다. 몇 마리만 잡으면 편하게 휴식할 수 있다. 다만 위치가 까미노와 많이 떨어져 있어 아쉽다. 와이파이도 잘 터진다.

 

가성비: ★ ★ ★ ★ ★

친절함: ★ ★ ★ ★ ★

청결도: ★ ★ ★ ★ ★

위치: ★ ★ ☆  ☆  ☆

와이파이: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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