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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길(리스본 + 내륙길)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 길(내륙길) 18일차 Barcelos에서 폰테 데 리마까지

by 까미노중독자 2024.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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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부터는 길이 이쁘다

 사람들이 포르투부터 시작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비록 나는 내륙길을 걸었지만 내륙길도 아름다운 길이 많았다. 초반 멤버였던 애드와 칼리, 스테파니아는 해안길을 걸었다. 단체 채팅방이 있어서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면서 내륙길이 어떻고 해안길이 어떤지를 물어보았는데, 해안길을 걸은 3명 모두 칭찬일색이었다. 나도 내륙길에 대한 칭찬을 많이 했고, 사진도 서로 많이 보내주었다. 우리 4명은 리스본에서 포르투까지의 차 옆을 걷는 위험한 상황을 같이 겪었고, 아름답지 못한 풍경에 마음이 지쳐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풍경이 아름다우니 발걸음도 가벼웠고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작은 마을을 지나쳤다. 양들이 풀을 뜯고 있었고 조용했다. 나는 이런 길을 원했다.

 주변에 차가 지나다니지만 않아도 만족이다. 비수기라 그런지 순례자는 많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며칠 뒤 나는 한 무리의 순례자들을 만나게 될 줄은 이 때는 생각지도 못했다.

다리 위에서 보는 풍경은 언제나 나를 기분좋게 한다. 잠시 경치를 감상하고 다시 출발했다.

날씨는 여전히 흐림

 날은 계속 흐렸고 날씨는 그렇게 포근하지만은 않았다. 아마 해가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여름이었다면 포도가 주렁주렁 달려있었을 포도나무에 포도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초록초록한 친구들을 못 봐서 조금은 아쉬웠다.

 하지만 자연 속을 걷고 있을 때, 굳이 초록초록하지 않아도 차분하고 조용하게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날씨가 흐려도 좋다.

 그렇게 떄로는 멍 때리며, 때로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으니 날씨도 좋아지게 되었다. 파란 하늘을 보니 기분도 좋아졌다. 그렇게 계속 폰테 데 리마로 향했다.

 도중에 길이 아니라는 친절한 X 표시가 보였다. 누군가가 분명 길을 헤맸을 것이고 도움을 주기 위해 수고를 해주었다. 덕분에 나는 노란색 화살표를 잘 따라가게 되었다.

 노란색 화살표가 아니더라도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라는 표시가 되어있는 곳도 있다. 포르투 이후에 스페인으로 가까워지면서 순례자를 위한 표시가 자주 나타났다.

 여름에 온다면 포도밭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포도밭을 보며 걷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프랑스 길을 걸었을 때 포도밭 옆을 자주 걸었었다. 다시 한번 그 느낌을 느껴보고 싶다. 다음에는 여름에 갈 생각이다.

 어린 친구들도 까미노를 걷고 있다. 보이스카웃 같은 느낌의 어린 친구들을 많이 보았다. 엔리케는 그들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역시 언어가 되면 여러가지 즐거운 경험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다음에 갈 때 스페인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가야겠다.

 저 멀리 엔리케가 걸어오고 있다. 그리고 옆에 순례자 동상이 귀엽게 생겼다. 언제 찍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아마 귀여워서 찍었을거라 생각이 든다.

 할머니가 냇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처음보는 광경이라 조금 낯설었지만 정겨운 느낌이 있었다.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

 

Ponte de Lima

 걷다 보니 리마에 도착했다. 리마는 이쁜 마을이었다. 마을 초입에 들어서니 밑동 굵은 나무들과 낙엽이 순례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 입구부터 설렜다.

 폰테 데 리마가 가까워 온다.

마을 입구 양 옆에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쭉 들어서 있었다. 포르투갈 순례길을 걸은 이래로 입이 떡 벌어지는 장관이었다. 이런 아름다운 길은 그냥 지나쳐 갈 수 없다. 옆 벤치에서 잠시 쉬었다가 가기로 했다. 

 어찌나 이쁜지 사진을 계속 찍게 되었다. 옆 벤치에 앉아 강을 바라보며 아무 생각 없이 있었다.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말 그대로 자연을 느끼며 그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행복했다. 그렇게 멍 때리고 있으니 엔리케가 나에게 걸어왔다. 엔리케도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으며 같이 벤치에 앉아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한참의 수다를 떤 뒤, 오늘의 목적지 리마 공립 알베르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 다리를 건너면 리마 공립 알베르게가 나온다.

 리마는 순례자 뿐만 아니라 다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도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 이쁜 마을이었다. 나중에 산티아고에서 친구들을 만났을 때, 내륙길 중 관광하기 좋은 도시를 물어보면 생각도 안 하고 리마를 추천했다. 만약 내가 시간이 더 있었다면 리마를 다시 방문했을 것이다. 

 

리마의 사진을 몇장 담아보았다. 질리지 않는 풍경이다. 꼭 지나치지 말고 방문하길 바란다. 그만큼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아까 지나온 메타세콰이어 길은 밤에 보아도 이쁘다. 저곳에 옆에 있는 식당에 가서 엔리케와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언제나 에너지 보충을 위해 고기를 먹어줘야 한다. 알베르게 직원분의 추천을 받아 간 곳이었다. 맛과 가격 모두 훌륭했다. 엔리케도 고기와 맥주, 나도 고기와 와인으로 오늘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그렇게 폰테 데 리마에서의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식사도 맛있게 잘 했고, 산책을 위한 아름다운 장소도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한 하루였다. 나는 이런 행복한 순간을 잊지 못해 자꾸 까미노를 가는 듯하다.

 

Ponte de Lima 숙소

https://maps.app.goo.gl/Vqo8YrbVEqJ7DGqh9

 

Albergue de Peregrinos de Ponte de Lima · Largo da Alegria 120, 4990-172 Pte. de Lima, Portugal

★★★★☆ · Self-catering accommodation

www.google.com

폰테 데 리마 공립 알베르게. 5유로. 착한 가격이다. 직원분도 친절하다. 비수기라 그런지 사람은 나와 엔리케 그리고 브라질 모자 총 4명이었다. 장점은 침대가 벙크배드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층고가 높아서 그런지 널찍한 느낌이 들었다. 좋은 자리의 침대는 개인 사물함까지 제공된다. 콘센트가 조금 멀리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주방은 있다. 식기도 있다. 마트와의 거리는 조금 멀다. 세탁은 손빨래만 가능하다. 담요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침낭이 필수다. 침대시트와 배게시트는 따로 제공되지 않는다. 침대와 배게는 고무 재질 커버로 되어있었다. 내부도 청결하다. 샤워실과 화장실은 깔끔하게 관리가 되어있었다. 물은 따뜻하다 못해 뜨겁게 콸콸 나온다. 와이파이는 그럭저럭 잘 터졌다. 위치는 까미노 바로 옆에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중심지와의 거리가 조금 있다. 빨래방과 마트를 가려면 걸어서 5분 정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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