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괜찮았던 길



이 날 걸었던 길은 포르투갈 길 중 가장 괜찮았던 길 중 하나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왜 리스본이 아닌 포르투에서 까미노를 시작하는지 납득이 가는 날이었다. 지난 2주간의 까미노는 이런 아름답고 이쁜 길을 걷기 위한 시련인 것 같았다.

날씨가 흐린 것이 아쉬웠지만 자연이 있다면 괜찮다. 강 한가운데에 집과 비슷한 친구가 보인다. 신기해서 찍어보았다.
흐리지만 조용하고 걷기 좋은 길

여전히 날씨는 흐렸다. 그래도 도로 옆을 걷는 것보다는 이런 시골길을 조용히 걷는 것이 좋다.

가끔은 이런 돌담 사이로 걷는 길도 있다. 즐겁고 재미있는 경험이다.

걷다가 조금 지쳐서 옆을 바라보면 안개가 살짝 껴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이런 경치를 보기 위해 까미노를 걷는 것이 아니겠는가. 매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노란색 화살표는 내가 잘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표시다. 만약 꽤 많이 걸었는데도 노란색 화살표가 보이지 않으면 부엔까미노 어플을 열어 현재 위치를 잘 확인해야 한다. 나도 가끔씩 길을 잃어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다시 돌아오는 불상사가 없길 바란다.

가벼운 노래를 들으면서 이 길을 걸었다. 비가 와도 경치는 좋다.

가끔은 이런 길도 만나게 된다. 진흙이 아닌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우기의 까미노에 적응하고 있었다. 돌 위를 조심히 걸으면 젖지 않고 무사히 지나갈 수 있다.

만약 여름이었거나 날씨가 좋았다면 저 나무 밑 벤치에 앉아 쉬어갔을 것이다. 저런 곳은 그냥 지나칠 수 없지만 날씨가 흐리고 비가 와서 다음을 기약하며 지나갔다.

도중에 배가 고파 들렀던 바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람의 형상 같이 보여서 찍어봤는데 사실 그냥 이뻐서 찍었다. 쓰레기통이 왜 찍혔을지 지금도 의문이다. 없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Barcelos로 가는 길

Barcelos로 가는 길 역시 어제와 마찬가지로 흐린 날씨 속에서 걷게 되었다. 진흙 길도 많이 있어서 충분히 속도도 내지 못했다. 그리고 가다가 어제 같은 숙소에 묵었던 일본계 브라질인 엔리케와 조금 같이 걷게 되었다.

산티아고까지 약 200km 정도 남았다. 언제 도착하나 싶었는데 줄어드는 숫자를 보니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제야 마음에 드는 길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해맑게 웃으면서 걷고 있는 엔리케의 모습이다. 브라질 사람이지만 부모님 두 분 다 일본인이기 때문에 그냥 일본사람이라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3개 국어를 하는 능력자다. 엔리케 덕분에 식당에서 편하게 주문도 하고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까미노에서는 이렇게 뜻밖의 도움이 자주 나타난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오랜만에 엔리케한테 연락이나 해볼까 ㅎㅎ


옆에는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있다. 별의별 길을 다 본다. 하지만 이 또한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런 길은 그다지 즐겁지 않은 경험이다.


날씨가 조금씩 개고 있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 배가 고파진다. 열려 있거나 보이는 바나 카페에 가서 식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수기의 까미노는 열린 곳에 들어가서 에너지를 보충해야 한다. 아니면 하루 종일 굶을 확률이 높다.
https://maps.app.goo.gl/hdA6JaSEjuUeDLF17
Restaurante Pedra Furada · R. de Santa Leocádia nº 1415, 4755-392 Pedra Furada, 포르투갈
★★★★★ · 음식점
www.google.com

이 날 점심에 먹었던 필그림 메뉴다. 아마 포르투갈 길에서 먹은 첫 번째 필그림 메뉴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닫힌 식당이 많았고 열었다고 해도 필그림 메뉴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들어가면 친절한 주인아저씨가 환영해 주신다. 오늘 묵게 될 알베르게의 주인과도 친구라고 했다. 이탈리아 사람인 듯하다. 친절하게 순례자 메뉴를 준비해 주신다고 했고, 첫 번 째 접시는 시래깃국 비슷한 수프였고, 두 번째 음식은 닭요리와 밥이었다. 먹고 있는 도중 엔리케도 와서 같이 점심식사를 했다. 맛도 좋고 친절해서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갈 때 같이 사진도 찍었다. 아마 아시아인 두 명과 같이 찍은 사진이 있다면 나일 확률이 높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Barcelos로 가는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도로 옆을 걷는 길, 다른 하나는 도로
옆이지만 나무 사이로 걷는 길이 있었다. 나는 이제 차라면 지긋지긋해서 조금이라도 더 조용한 길을 선택했다. 조용한 길은 차도 옆을 걷는 것보다 더 걷게 된다. 우회로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가끔씩 차가 보였지만 많이 지나다니지는 않았다. 오히려 안개가 껴서 차분하게 걸을 수 있었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길이었다. 엔리케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차도 옆을 걷지 않고 이 길을 택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잘한 선택이었다.

거의 산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산 꼭대기에 올라가면 성당 같은 건물이 하나 있다.



산 꼭대기를 오르고 내려오는 길이었다. 저 멀리 닭의 마을 Barcelos가 보인다.


산티아고까지 200km도 안 남았다.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Barcelos에 도착했다. 나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동네였다. 그리고 큰 마을이어서 웬만한 건 다 구비되어 있다. 커다란 마트도 있다. 하지만 차가운 맥주는 팔지 않았다. 엔리케가 물어봐줬지만 마트 직원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Barcelos 식당
https://maps.app.goo.gl/aJD6btaAdEeJtJED8
Bangkok Thai Restaurant Barcelos · R. Cândido dos Reis 102 BLA RC, 4750-277 Barcelos, 포르투갈
★★★★★ · 태국 음식점
www.google.com

전 날 묵었던 알베르게에서 어떤 아줌마가 산티아고에서 역주행하고 있었고, 그 분은 어제 이곳에서 식사를 했다.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여기 태국음식이 맛이 좋다며 우리에게 바르셀로스에 도착한다면 이 식당을 가라고 추천해 주었다. 그래서 엔리케와 나는 같은 알베르게에 쉬고 있다가 저녁시간에 맞춰 태국음식을 먹으러 나왔다. 그리고 이곳의 음식도 훌륭했다. 한국에서도 거의 찾지 않았던 태국음식이었지만, 이곳 포르투갈에서 먹는 태국음식이라 새로웠다. 그리고 엔리케의 적극적인 권유도 한몫했다. 포르투갈에서 먹은 태국 음식은 지금도 잊지 못할 맛이고, 지금도 가끔씩 이 맛이 그리워 시켜 먹는다.

엔리케는 팟타이와 맥주, 나는 오리고기와 와인을 시켰다. 서구 문화는 개인주의라서 나눠먹지 않는 줄 알았는데, 우리보다 정이 더 많다. 나누고 배려하는 모습이 있었다. 만났던 외국인들 모두는 서로 먹어보라고 권유했었다. 휴먼 네이처는 다 똑같다.

즐거운 엔리케. 엔리케 덕분에 이 날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고맙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와 엔리케는 알베르게에 쉬러 들어갔고 나는 나머지 일기를 쓰려고 알베르게 근처에 있는 바에 들어왔다. 대부분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소통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 맥주 한 잔을 마시면서 일기를 쓰는 이 시간이 참 행복하다. 그렇게 일기를 다 썼을 때쯤 같은 알베르게에 묵고 있던 브라질인과 이탈리아인이 저녁을 먹고 이곳에 들어왔다. 우리는 서로 인사를 다시 나눴고 같이 맥주를 마셨다. 만나는 사람마다 다 친구가 된다. 이상한 사람도 많고 나쁜 사람들도 있지만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 그래서 까미노는 언제나 즐겁다.
Barcelos 숙소
https://maps.app.goo.gl/y1Rz49mQUpt1G2C19
Albergue Cidade de Barcelos · R. Miguel Bombarda 36, 4750-320 Barcelos, 포르투갈
★★★★☆ · 문화협회
www.google.com
Albergue Cidade de Barcelos. 기부제 알베르게이다. 자원봉사자 두 분이 운영하고 있었다. 기부제 알베르게이기도 하고 자원봉사분들이 운영하는 곳이라 크게 불평을 가지면 안되는 곳이다. 배게 커버와 침대시트는 1유로를 받는다. 이탈리아 분들이셨고 친절했다. 주방이 있고 요리를 해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주방은 조금 지저분한 편이다. 화장실도 깨끗하고 샤워실도 넓다. 하지만 남녀가 구분되어 있지만 샤워실이 조금은 오픈되어 있다. 침대는 전부 다 2층 침대로 구성되어 있다. 난방도 라디에이터를 틀어줘서 문제없었다. 내가 갔을 때는 옆 건물이 공사 중이어서 시끄럽고 먼지가 많이 들어왔다. 세탁과 건조는 불가능하고, 손빨래만 가능하게 되어있다. 위치는 까미노와 조금 떨어져 있지만 주변 버거킹과 식당, 마트 등이 가깝다. 바로 옆에 바가 있어 맥주 한 잔 마시러 가기도 좋다. 와이파이도 잘 터진다.
가성비: ★ ★ ★ ★ ☆
친절함: ★ ★ ★ ★ ★
청결도: ★ ★ ★ ★ ☆
위치: ★ ★ ★ ★ ☆
와이파이: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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