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길 9일차 Rabacal에서 코임브라까지

날씨가 좋다

 오늘은 대도시 코임브라까지 이동하는 날이다. 비가 많이 왔던 어제와는 달리 맑은 날씨가 아침부터 반겨주었다. 초반에 차도가 조금 있었으나 날씨가 좋아 기분 좋게 출발할 수 있었다.

적당히 안개가 낀 풍경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춰진다. 이것 또한 까미노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거의 처음(?)으로 본 산티아고 표지판

어느 마을을 지나가다가 목적지로 향하는 표지판이 보였다.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저기를 또 왜 가고 있을까? 어쨌든 알맞게 가고 있었다.

지난 사진첩을 보면 다리 위에서 찍은 사진이 많이 보였다. 나는 다리 위에서 보는 풍경을 좋아하나 보다. 만약 낚싯대와 미끼가 있었다면 멈춰서 낚시까지 하고 갔으리라 생각이 든다. 프랑스 길에서는 가끔씩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지만 포르투갈 길에서는 거의 못 본 것 같다. 다음에 갈 때는 낚싯대라도 들고 가볼 생각이다. 

순례자를 위한 쉼터

 그렇게 자연과 함께하며 한참을 걷다 보니 재미있는 곳이 나왔다. 넓은 공터에 누군가가 이쁘게 주변을 꾸며 놓았다. 캠핑카를 개조한 듯한 곳에서 지내는 것 같은 두 명의 아저씨들은 순례자가 별로 없는 지금 시기에 나를 반겨주었다. 사람을 잘 따르는 듯한 개도 한 마리 있었다. 이곳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괜찮았던 장소였던지라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가기로 결정했다. 

 본인들이 만든 예배당(?)이라고 했다. 이걸 만들었다니 대단하다.

나 말고도 이전에 여러 사람들이 이 곳을 들린 흔적이 보인다. 

공짜는 아니었다. 물론 공짜로 차를 한잔 마시고 가도 되지만 여기도 사람들이 살고 지나치는 곳이기에 그냥 커피 한 잔을 먹고 가는 것은 예의가 아닌 듯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고, 편하게 의자에 앉아 쉴 수도 있었으니 도네이션 박스에 5유로를 넣고 왔다. 비수기의 순례길에 이런 휴식처는 감사할 따름이다. 이쁜 세요도 받았으니 그걸로 만족하고 다시 출발했다.

계속되었던 좋은 길, 그리고 흐림.

 도중에 물이 넘쳐흐르는 길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길 자체는 괜찮았다. 차도만 아니어도 감사하다. 날씨도 좋아서 기분 좋게 계속 걸었다. 토마르 이후에 길은 내가 좋아하는 자연과 함께하는 길이 자주 등장했다.

산 길을 지나 숲길을 지나 어느 꼭대기 마을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었지만 굳이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맥주 한 잔과 함께 잠시 휴식을 취했다. 슬슬 비가 내릴 거 같아 간단히 맥주만 마시고 바로 출발했다. 코임브라에 비를 맞고 들어가기는 싫었다.

Coimbra 도착

저 멀리 코임브라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으러 잠깐 길 옆으로 갔을 때, 공사를 하고 있던 아저씨가 이 길이 아니라고 친절히 알려주었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대체로 친절한 편이다.

중세시대로 넘어가는 기분이었다. 가끔 이러한 건축물이나 다리를 볼 때마다 내가 유럽에 와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쉽게 접할 수 없는 것들이라 볼 때마다 새로웠다.

코임브라가 가까워 보였지만 마지막 가는 2-3km는 힘들었다. 그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코임브라가 그렇게 이쁜 동네인지 잘 몰랐다.

코임브라 초입에 있던 수도원이었다. 나중에 친구들이 알려준 사실로는 이 곳에서 도장을 받을 수 있으니 받고 갈 사람은 받고 가자.

이제 코임브라로 들어가는 길이 나왔다.

지나가다가 멋있어서 한 장 찍고 다시 출발했다.

유럽느낌이 물씬 풍기는 코임브라의 전경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곳에 있는 코임브라 대학은 해리포터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큰 강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다들 평화롭게 지내고 있다.

빨래를 기다리며, 빨래방 앞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어 보았다. 정말 아름다웠다. 이곳에 대한 정보는 거의 알지 못한 채로 포르투갈에 왔었다. 오길 참 잘했다.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으며 까미노가 끝난 다음 친구들이 관광을 위한 도시를 추천해 달라고 했을 때, 코임브라와 폰테 데 리마 이 두 곳을 추천해 줄 정도였다. 다음에 또 와보고 싶은 동네이기도 하다. 그리고 역시 큰 도시답게 한식 또한 존재하고 있었다. 오늘의 저녁은 오랜만에 한식을 먹기로 결정했다.
 

Coimbra 한식집

코임브라에는 한식집이 두 곳이 존재한다. 하나는 서울치킨, 하나는 강남이다. 서울치킨은 말 그대로 치킨과 분식을 파는 가게다. 강남은 한국 고기집이다.

https://maps.app.goo.gl/cVZa1uZMiq2kv6Ap9

Seoul Chicken⁺ Baixa · Praça do Comércio 88, 3000-179 Coimbra, 포르투갈

서울치킨과 강남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그래서 한 곳만 찾아도 다른 한 곳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혹시 모르니 링크를 남겨둔다. 

 

https://maps.app.goo.gl/ND6SJhFDUVprLrfy9

Gangnam Korean BBQ · Praça do Comércio 12, 3000-116 Coimbra, 포르투갈

강남은 코리안 BBQ를 파는 곳이라고 되어있다. 그리고 가격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조금은 비싸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 한식을 먹을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에 가격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고기를 먹고 싶었지만 BBQ는 내일 올 친구들과 같이 먹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오늘 저녁은 서울치킨을 먹기로 했다. 일단 급한 대로 소주부터 시켰다. 소주를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원래 사진을 찍고 먹었어야 했지만 치킨이 나옴과 동시에 일단 집고 보았다. 젓가락도 오랜만에 써봤다. 이 날은 정말 행복했다.

치킨만으로는 부족한 거 같아 라면도 시켰다. 역시 나는 한식이 맞다. 김치도 집에서 먹는 만큼은 아니었지만 맛이 있었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소중한 줄 몰랐었다. 음식에 대해서도 크게 욕심이 없었던 나는 음식 하나로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구나를 느꼈다. 근데 소주는 15000원 주고 두병은 못 시키겠다.

그렇게 코임브라에서의 첫날이 지나갔다. 길도 아름다웠고 식사도 완벽했다. 식사 후 번화가 쪽을 한 번 쭉 걸으며 산보를 즐겼다. 나는 이 도시를 마음에 들어 했고, 친구들이 이다음날에 코임브라에 도착한다고 했기 때문에 친구들을 보기 위해, 그리고 칼리와 마지막으로 식사를 하기 위해 하루 더 머물기로 결정했다. 둘째 날에는 유명한 코임브라 대학도 구경하고 부모님과의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려고 한다. 그렇게 코임브라에서의 하루가 저물어갔다.
 

Coimbra 숙소

https://maps.app.goo.gl/FcJ5p4jDhyzyhf3z9

Change The World Hostels - Coimbra - Almedina · R. de Fernandes Thomas 11, 3000-168 Coimbra, 포르투갈

Change the world Hostel. 가격은 19유로. 4인 1실 도미토리 룸에 묵었다. 들어가면 친절한 직원이 반겨준다.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편했다. 부킹닷컴에서 예약을 했기 때문에 리셉션에 있는 가격보다 저렴하게 예약했다. 방 안에 화장실, 샤워실이 있어 씻기가 편리하다. 깔끔하다. 여기서 2박을 했는데 매일 수건을 갈아준다. 넓은 공용 거실이 있으며, 주방이 있어 요리할 수 있다. 조식은 제공되지 않는다. 위치는 중심지에 있어 좋다. 주변에 먹을 곳이 많고, 슈퍼마켓과 빨래방과도 걸어서 5분 거리다. 까미노와도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와이파이도 잘 터진다.
 이 숙소의 가장 큰 장점은 위치와 주방이다. 요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식비를 아낄 수 있고, 만약 요리하기가 귀찮다면 근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오면 된다. 단점을 굳이 꼽자면 올라가는 계단이다. 특히나 까미노를 걷고 온 나는 4층까지 걸어 올라가야 하는 점이 조금 불편했다. 그것 말고는 전부 괜찮았다. 그래서 이곳에서 2일을 묵었다.

 
가성비: ★ ★ ★ ★ ★ 
친절함: ★ ★ ★ ★ ☆
청결도: ★ ★ ★ ★ ★
위치: ★ ★ ★ ★ ★
와이파이: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