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어제 숙소는 대만족이었고, 주방이 있는 장점을 살려 아침도 든든하게 먹고 출발했다. Baamonde를 벗어나자마자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가면 조금 짧지만 도로 옆을 걸어야 하고, 왼쪽길로 가면 거리는 긴데 예쁜 길을 걸을 수 있다고 한다. 오늘 나는 32km를 걸어야 하는 날이기 때문에 짧은 길을 선택했다. 다음에 와서 왼쪽길로 가 볼 생각이다.
그리고 드디어 세 자리 수가 깨졌다. 산티아고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가랑비 ㅡ> 맑음 ㅡ> 흐림 ㅡ> 맑음
아침에 출발할 때는 가랑비가 내렸다. 이 정도면 우비는 안 써도 되겠지 했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굵어졌다. 어쩔 수 없이 오늘도 우비를 쓰게 되었다.
점차 하늘이 맑아지는 게 보였다. 다행이었다. 우비를 쓰고 걸으면 앞이 잘 안 보여서 걷는데 힘이 든다. 비가 그치는 것을 확인한 후 우비를 벗고 다시 걸었다.
오늘의 길은 몽환적인 느낌이 강했다. 맑았다가 다시 흐려져서 그런가 보다. 세상에 이런 풍경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걸었다.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길은 진흙길이 많았고 소똥도 많았다. 똥 피해 다니기 바빴던 하루였다.
가다 보면 다시 갈림길이 나오는데 둘 다 Sobrado로 가는 길이다. 두 개로 나뉜다. 왼쪽은 40km, 오른쪽은 32km. 오른쪽을 선택했다.
길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비가 많이 왔던 탓에 길은 진흙투성이였다. 그래도 경치는 좋았다.
소 몰고 가는 아저씨와 인사했다.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쉬지도 못하고 걸었기 때문에 열린 바에 들어가서 맥주 한 잔 시원하게 했다. 겨울철 순례길에는 열린 곳은 무조건 들어가서 뭐라도 먹고 쉬어야 한다.
끝없이 펼쳐진 길
저 진흙길을 다 끝내고 나면 정말 길고도 긴 아스팔트 길이 이어진다.
차가 많이 없어서 다행이었고 해도 서서히 나타나주어서 걷는 데는 크게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길은 나에게 지루하기만 하다. 생각 없이 그냥 걸었다. 하지만 오늘 쉬지도 않고 걸었던 탓과 오랜만에 30km 이상을 걸어서 그랬던 것일까. 어깨와 무릎이 많이 아팠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저 목적지만을 향해 걸었다.
Sobrado 가기 전 마을 As Cruces에서 첫 식사를 했다. 오늘 처음 마주한 음식점이었다. 도착해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지만 시간도 4시가 다 되어가고, 너무 배가 고파서 점심 겸 저녁을 해결했다. 친절하게 반겨주셨고 스페인어를 못하는 나에게 천천히 설명을 해주셨다. 첫 번째 요리는 빠에이야 그리고 두 번째 요리는 돼지목살이다. 디저트는 요구르트로 했다. 가격은 €12. 가격도 좋고 맛도 좋았다^^
Sobrado에 도착. 그런데?
오늘의 목적지 Sobrado에 도착했다. 해가 질 무렵 도착해서 주변 분위기가 좋았다.
오늘 자려고 했던 소브라도 공립 알베르게의 모습이다. 수도원을 개조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수도원 정면이 이뻐서 찍어 보았다. 그렇게 시진 몇 장 찍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시설 향상을 위해 2월 초까지 닫는다고 한다... 시간은 5시를 넘어가고 있고 해도 지기 시작했다. 마을 세 개를 더 가면 알베르게가 있지만 이미 32km를 걸었던 탓에 더 이상 걸을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Arzua까지 택시를 타고 갈까 아니면 프라이빗 룸을 잡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Sobrado에 머물기로 했다.
Sobrado 숙소
https://maps.app.goo.gl/eMcLaaUm8Xxv3yJ97
Pensión Vía Sacra · Praza Portal, 17, 15813 A Porta, A Coruña, 스페인
★★★★★ · 게스트 하우스
www.google.com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 많이 걸었고 잘 쉬고 싶기도 했다. 가격은 €40. 부킹닷컴으로 급하게 예약했지만 전화를 하니 조금만 기다려하더니 바로 차 타고 달려왔다. 들어가자마자 따뜻한 물로 샤워부터 했다. 뜨거운 물 엄청 잘 나온다.
내부는 깔끔하게 되어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된다.
뷰가 좋다. 앞에 성당이 바로 보인다. 침대도 푹신하니 아주 잘 잤다. 난방도 잘 된다. 살짝 우리나라 모텔 냄새가 난다. 그래도 냄새가 안 좋은 것보다는 낫다.
화장실은 넓다. 샤워실도 넓고 수건과 샴푸, 바디워시를 제공한다. 수압도 강해서 좋았고, 따뜻한 물이 정말 잘 나온다.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프라이빗 룸에 이 가격은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위치는 까미노 바로 옆에 있어서 좋다. 슈퍼도 근처에 두 곳이 있다. 원래는 1층에 바와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금 겨울철이라 닫은 상태이다. 숙소 바로 앞에 식당 두 곳이 있다. 그리고 빨래방도 있어서 밀린 세탁을 하기에도 충분하다. 와이파이도 굿!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숙소 중 하나였다.
가성비: ●●●●●
청결도: ●●●●●
친절함: ●●●●●
위치: ●●●●●
와이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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